2017. 12. 21. 01:43
가장 뜨거웠던 한 시절이 지나가고
내 생의 한때였던 당신이 지나가고
막막했던 순간들 지나간 뒤
화산재들은 먼먼 과거를 빙하에 퇴적한다
꼬박 이틀을 내리고도 아직 내릴 눈이 있고
꼬박 이틀을 침묵하고도 더 침묵할 날들이 있었으나
내 눈물은 유목민의 음식처럼
짜고 낯설고 딱딱했다
어둠이 긴 계절에 너를 만났으나
백야의 환한 고독도 알듯해
오래 견디기 위해 온몸을 염장하는 소금 창고 곁에서
녹지 않는 슬픔을 알아버린 후 가진 절망과
극지의 눈물 또한 다르지 않으니
오래 아주 오래
말 대신 하얀 입김을 뱉어내는 북극의 말馬들 곁에서
영하를 잠입하는 기막힌 날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