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soteria

soteria
그 사람은 '당신'에게 유일하다.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 사람이 고유한 존재이기 때문이다. 그 사람이 누구와도 닮지 않았고, 누구와도 대체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은 사랑의 필연적인 근거가 될 수 있다. 그의 목소리, 그의 몸짓, 그의 몸의 선과 사소한 무게들, 때로 그의 무심함과 어긋남과 악마적인 행동까지도 그의 유일함을 증거하는 것 같다. 

그라는 존재의 유일함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. 한눈에 매혹되는 것은 다만 그의 첫번째 이미지고, 그 이미지들을 만지고 또 만지면서 그 사람의 고유성을 완성해간다.

세상에 같은 사람이 없다는 것은, 경이로운 일이면서 뼈아픈 일이다. 같은 사람이 없기 때문에, 그 사람은 영원히 가슴 아픈 착란의 상태에 머문다. 그가 누구와도 같이 않기 때문에 그를 사랑하거나, 혹은 똑같은 이유로 그를 결코 사랑할 수 없다. 그러니 차라리 그의 유일함은 나의 착각이나 환상이었다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. 그 사람의 유일함이 보존될 수 있다면, 사랑은 가능한 것이 될 것이다. 하지만 삶의 상투성이 자신의 상투성을 규정하는 지리멸렬한 시간 속에서 유일한 것은 모두 먼지처럼 바스러진다.

다만, 남겨진 것은 한 사람의 뒷모습을 봉인하는 것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