인공지능에 관한 에세이를 쓸때 리서치도 할겸 겸사겸사 본 영화. 별로 기대를 안한 영화였지만 뜻밖에 무척이나 인상적이였다. 사람들이 흔히 상상하는 인공지능은 알파고와 같은 로봇들이다. 인간의 한계를 넘는 수학적 분석이 가능하고, 복잡한 계산도 척척 해내는 그런 로봇.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스트레오타입적인 인공지능이 아니라, 인간과 동등하게, 혹은 그 이상으로 복잡한 감정체계를 가진 인공지능를 그려낸다. 

 

주인공 테오도르는 타인의 맘을 편지에 적어주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있지만, 정작 본인은 외롭고 공허한 삶을 살아간다. 어느날, 우연히 본 소프트웨어 광고에 이끌려 '사만다'를 구입한다. 사만다는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 정말로 순식간에 테오와 감정을 공유하는 깊은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.

 

테오도르가 친구와 옥상에서 노을을 바라보는 장면에서, 내 머릿속에는 사만다가 한 말이 계속 맴돌았다.

 

I can still feel you, and the words of our story...but it's in this endless space between the words that I'm finding myself now. It's a place that's not of a physical world. It's where everything else is that I didn't even know existed. I love you so much. But this is where I am now. And this is who I am now. And I need you to let me go. As much as I want to, I can't live in your book any more.

 

결국 인간인 테오와 프로그램인 자신의 차이를 깨닫고 이별을 선언하는 사만다.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하고 사랑하지만 그렇기에 떠나가야 하는 그녀. 그녀를 통해 테오는 사랑하는 법을 마침내 배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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