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3일 Early Decision 발표

 

합격이 안 됐다. 예상 가능했나?

 

그 날 아침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9시가 좀 넘어서 사이트에 느긋하게 접속했다. 짐 정리하느라 정신 없었기도 하고. 또, 어차피 결과는 나와있고 달라질건 없으니까.

 

클릭하는 순간 주황색 호랑이가 날 반겨주는게 아니라 미안함을 잔뜩 담은 거절의 글이 뜰때.. 속으로 아 시발 망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ㅋㅋ

 

한 5일간의 후폭풍이 지나가도 천천히 생각해보면 리젝션이 아니라 디퍼라서 그나마 다행이랄까.

모두에게 통상적으로 보내는 메세지겠지만 내 12학년 1학기 성적을 보내라고 써있던데 음... 떨어졌으면 어찌해야할까요? 역사 시발아.

 

합격이 안됐다보니까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. 학교 웹사이트에 어려운 학과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더 경쟁이 쎈 심사풀에 넣어져 심사 받을거라고 명시해놓았는데 내가 괜히 정치학과로 지원한건지. 전세계의 정계 자녀들, 정치인 되려고 혈안인 애들이 다 프린스턴에 몰려올텐데 생각 없는 나새끼 ㅠㅠㅠ그냥 1순위를 동아시아학으로 할걸... 싶기도 하고. supplementary essay가 personal essay에 비해 좀 약했던 감이 없지 않아 있다.

 

말로는 인권과 역사에 제일 관심이 많다고 하는데 정작 AP는 Calculus와 Physics인것도 좀 말이 앞뒤가 안맞고, 결과적으로는 application이 이도 저도 아닌 인상을 주었던 것 같다.

 

물론 거절을 때릴만큼 스펙이 형편없는 건 분명 아닌데, 그렇다고 뽑아주기엔 눈에 확 뛰는 지원서도 아니였다 이말이겠지.

 

지금부터라도 남은 12학교 지원서를 정신없이 작성해야 되는데 몸에 힘이 완전히 빠진 탈력감이 내 자신을 지배하는 중. 겨우겨우 메인 에세이 고치고 이제서야 듀크 에세이 시작했다.

 

www.princeton.edu/news/2019/12/12/princeton-offers-early-action-admission-791-students-class-2024

 

올해 약 5000명이 지원했고 그 중 791명 (약 15.8%)을 뽑았는데, 그 합격한 학생 중에서도 외국인 학생은 고작 11%. 그러니까 난 87명에 못 든 비운의 학생이라 할 수 있겠다. 이렇게 어려운 학교에 지원할때는 안 될 확률이 매우 높다는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속이 쓰린걸 보니 이성과 감정은 따로노나봄..

 

Letter of Continued Interest 써야 되는데 추가로 한게 없어서 대체 뭘 써야 하는지 감도 안 잡힘. 시발. 그냥 합격시켜주지 나쁜놈들아 ㅠㅠ 그래도 레귤러때 꼭 뽑아주세요. 저 열심히 할게요.

 

와중에 누구는 하버드도 되었다고 하니 배가 아픈건 어쩔 수가 없다. 내가 걔보다 못한게 뭔데? 스펙은 내가 더 좋을텐데?

그렇지만, 나도 알고 있지 걔도 합격이 될 만큼 열심히 한거고, 운이 따라준거고...

어차피 같은 학교에 지원한게 아니니까. 일일히 나를 남과 비교하는건 큰 의미가 없다는걸 솔직히 알고있다.

나는 남들보다 좀 늦게 큰 운이 찾아오는 셈 치자. 더 열심히 하자. 화이팅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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